「……그래. 이미 훨씬 옛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 옛날, 작은 세계 이야기야.
그것은 배화교의, 이름도 없는 한 촌락에 나타난 영웅이었어」
「그들의 교의가 어떻게 비뚤어져 있었는지는 몰라.
어째서 그런 가르침에 이르렀는가 따위 알 수 없어.
그저, 그들은 교의에 기초해서 맑고 바르게 살고 있었어.
인간은 선을 중히 여기고, 빛을 지키고, 바르게 살아.
가난하고, 외계로부터 격리된 그들에게 그 기도는 절대적이었어. 그렇다는 것이, 인간 이하인 그들을 인간으로 만드는 유일한 긍지였던 거겠지」
「————그래.
그 촌락의 사람들은 말야, 진심으로 온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기를 바라고 있었어.
모든 인간이 하찮은 악성으로부터 해방되어, 맑고 바르게 살 수 있도록.
기아라든지 살육이라든지 애증이라든지, 미리 인간에게 부속된 기능 전부를 부정하고, 자신들은 신에게 축복받기에 합당한 생물이라고 긍지를 계속 가졌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거야.
인간은, 맑고 바르게 살고 있는 것만 가지곤 악성으로부터는 해방되지 않는걸.
악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있는 것. 그것을 떼어내고 싶다면, 무언가 수단을 강구할 수 밖에 없어.
그리고————그 수단은 실행됐지」
「그들은 자신들의 좁은 세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해냈어.
이 세상 인간 모두가 선행을 하게 하는 건 어려워.
하지만, 인간 모두의 선성을 증명할 수는 있지.
……단 한 명.
인간 단 한 명에게 이 세상의 악을 독점시켜 버리면, 남은 사람들은 절대로 악한 일을 할 수 없어.
그런 어린애같이 단순한 걸, 그들은 진심으로 믿어버렸지」
「그리고 한 청년이 제물로 선택됐어.
그들은 청년을 잡아서, 그 온몸에 사람을 저주하는 온갖 말을 새기고, 그들이 아는 모든 죄업을 주어, 모든 악한 일을 그의 책임으로 삼았어.
그것으로 끝.
좁은 세계. 하지만 완성된 한 세계에서, 궁극의 악성이 탄생했어」
「그들은 그를 진심으로 저주하고, 모멸하고, 두려워하고, 동시에 받들었지.
우리들은 맑고 올바르다. 저기에 이 세상 모든 죄악이 있다면, 우리들은 무슨 짓을 해도 선한 자다, 라고.
그들은 진심으로, 온 세계의 인간을 위하는 거라고 믿고 “악마” 한 명을 만들어냈어.
온 세계 사람들의 선성을 증명하기 위해, 한 청년을 발광할 때까지 계속 죽였어. 아니,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죽음 따위 주지 않았어」
「……인간을 타락시키는 악마의 이름.
앙그라마이뉴의 이름이 주어진 청년은, 온 세계 인간의 적으로서, 그저 불합리하게 계속 죽임을 당하고 미움을 받았지」
「그 과정에서, 청년이 정말로 악마가 됐는지 어떤지는 몰라.
다만 촌락의 모든 사람이 그를 악마라고 믿고, 그렇게 다뤘어. 미워하면서 두려워하면서, 온 세계에 있는 인간의 선성을 증명해주는, 자신들의 “구원의 증표”로서 받들었지」
「사람들이 몹시 싫어하는 대상이면서, 사람들을 구하는 자.
그 존재가 존재하는 것 그 하나만으로, 아무리 사람들이 악한 일을 거듭한다 해도『맑고 올바르다』라 사함 받는 면죄부.
그래. 방법은 달라도, 그는 사람들을 구했어.
마을 사람들에게, 그는 더할 나위 없는 영웅이 됐어」
「그렇게 한 영웅이 탄생했지.
사람들에게 원망 받고 원망 받으며, 자신 따위 이미 없어졌고, 어느새 정말로 그렇게 되어 버렸던 것. 온 세계 인간 대신에 악을 공언하는 불쌍한 제물」
「———그것이 반영웅 앙그라마이뉴.
“이 세상 모든 악”이라 단정된, 아무 장점도 없었던, 그저 평범하게 태어났을 따름인 일반인.
배화교에서, 60억의 악 모두를 용인한다는 악마의 왕. 그 체현자로서 묻혀버린, 원초의 사람이 가진 상념이 만들어낸, “소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주의 실체」
비웃음도 모멸도 담지 않고, 이리야는 담담하게 먼 옛날에 일어난 일을 다 이야기했다.
페이트 대망의 라스트 루트 '하늘의 잔' 중에서
# by 쟈케루스 | 2004/10/02 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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